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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1. 17일 생각
    i Pensieri 2019. 1. 17. 22:22

    오늘의 생각 : 土地





    1. 토지를 읽으며 느끼는 점.


    토지를 읽으며 느끼는 점은 간단하다. 구한말이라는 시대가 얼마나 살기 팍팍했고, 삶의 우환이 가득한 시기였는가 말이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두려운 적인 바로 외로움이라고 한다. 하지만 농촌사회는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을지언정 기본적인 삶의 가치조차 지키 힘들었던 사회가 아니었을까 싶다.


    먹고 사는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어찌 외로움을 논하겠는가? 


    '먹고 산다'는 그 가벼워 보이지만 중한 어휘 속에 수많은 인물들이 씨줄과 날줄 처럼 얽혀 있는 것이 토지라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 볼때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인물사전을 보지 않으면 도통 짐작조차 가지 않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인해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방대하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의 평범하지만 복잡한 인간관계가 흔한 일상을 표현한듯 하면서도 시대가 가진 어둡고 무거운 상황을 관통하는 듯 하다.


    인류학과 전경수 교수님이 인류학도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 다름아닌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와 최명희 선생님의 혼불이라 하셨다. 타 문화를 연구한다는 인류학과 교수님이 그 토록 향토적이고 민속적인 것을 요구하셨다는 것이 좀 다르게 느껴지긴 했었다. 하지만 인류학을 공부하다보면 느끼는 것이 있다. 타 문화를 연구하면 연구할 수록 타 문화에 대한 이해보다, 나 자신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사회, 그리고 문화가 타문화 연구를 통해서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인류학도는 타문화를 연구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기에 민속학도 인류학의 중요한 과제중 하나다. 그렇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내가 속한 뿌리를 잘 아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교수님은 토지를 꼭 읽으라 하신게 아닐까.


    사실 토지를 읽으면 그 방대한 양과 더불어... 시대흐름 자체가 너무나 암울하기 때문에 읽는 내내 뭔가 씁쓸한 맛을 느끼곤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엮어 내는 무거운 주제와 다양한 인간군상은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많은 지침과 생각을 제공한다.


    많은 것을 배웠다. 그렇기에 딸을 낳으면 이름을 서희라 짓고 싶었다. 아직은 딸이 없지만 꼭 그렇게 할 것이다.



    2. 최서희에 대해


    신분제 사회가 철폐되었다고 하나, 신분제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위치, 역할을 규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서희를 중심으로 무너저 가는 최참판 댁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그것이고, 종놈과 결혼하여 자신의 성을 김씨로, 남편을 최씨로 바꾼 최서희를 보면서도 결국엔 조선사회가 만든 거대한 시스템이 제대로 걷히지 못하고 시종일관 개인의 역할을 규정하고 행동하게 만듬을 발견하게 된다.


    최서희는 물론 강직하고 여장부 다우나 사회 흐름을 거스르진 못한다. 그것을 가지고 우린 욕해선 안된다. 개인이라는 존재는 아무리 강하고 단단해 보여도 결국 그가 뿌리내린 사회 내에서 여러 인간군상과의 상호작용으로 숨쉬고 살아가는 것이지 개인에게 그저 개혁만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왜 남에게는 개혁과 혁명을 요구하는가? 비겁한 자들은 원래 말이 가벼울 따름이다. 


    최서희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본인의 역할을 강직히 수행해나갔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밑거름 같은 인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친일파라고 말하든, 여장부라고 말하든, 구시대 사람이라고 말하든 어떻든 좋다. 자신의 처지와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했고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해나가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이 되었다고 평하고 싶다.



    3. 책을 읽으면서.


    사실 책을 12권까지 읽다가 만화책도 읽고 있다. 책은 꼭 다 읽을 것이고, 만화책은 빨리 다 읽어야지. 재미를 떠나서 인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의 어떠한 의무감으로 읽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경박한 자본주의 내러티브가 판을 친다고 말하고 싶다. 저질 포르노 같은 드라마들은 사람들에게 그저 이렇게 하면 왕자님을 집을 수 있는 마냥 현혹하고 거짓을 미화한다. 물론, 인간 본성 기저의 수준낮고 자기도피적인 경향성, 마약같은 사탕발림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당당한 한국의 문화로 자리잡기도 한다.


    하지만, 토지같은 소설, 아프고 무겁지만 삶을 비춰주고 한줌의 햇살같은 희망을 던져주는 이야기들도 살아남을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물론 솜사탕 같은 달콤한 거짓 부렁들이 판을 치지만 말이다. 물론, 그것도 그 나람의 역할이 있다. 그만큼 이 사회가 어려움을 눈뜨고 바라보기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지도 모른다.


    사실 현실은 가혹하고 달콤하지 않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도피하고 싶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우울해도 그것이 현실이고 그 안에 삶에 대한 희망도 있고 의지도 있는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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